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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계림 양삭 투어-9 서가재래시장(阳朔西街)

중국 계림 양삭 투어-9 서가재래시장(阳朔西街)

버스로 25분쯤 달려서 서가재래시장에 도착했다. 근데 어제 밤에 와이프가 좀 큰 사고를 쳤다. 카메라 배터리 충전기를 뽑아버리고 자기 스마트폰을 충전한 거다. 평소 같았으면 이건 용서 못할 짓이라 대판 싸웠을 텐데, 오랜만에 여행 온 거라 아침부터 목소리 높였다가 하루 종일 분위기 망칠까 봐 꾹 참았다. 그래도 걱정부터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카메라 배터리는 매일 2개가 있어야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하나만 간신히 충전된 상태였다. 결국 충전기를 챙겨 다니면서 라텍스 판매점에서 잠깐, 점심시간에 또 조금(47% 정도) 충전하며 버텼다. 그래도 계속 신경 쓰인다. 배터리 하나로 하루를 버티는 건 아무래도 불안해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서가재래시장에선 배터리 소모를 줄이려고 18-200mm 줌렌즈를 떼어내고 18mm 단렌즈로 바꿔서 촬영했다. 줌렌즈는 렌즈 안에서 부품들이 움직이면서 줌을 조절하다 보니 전력이 더 많이 든다. 특히 자동 초점을 맞출 때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꽤 크게 들리는데, 그 소리 들을 때마다 불안감이 더 커졌다.

서가재래시장(阳朔西街)

계림 양삭(阳朔)에 있는 이 시장 거리는 외국인들이 특히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다. 길이 500m 정도 되는 짧은 골목인데, 양쪽으로 청나라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벽돌집들이 쭉 늘어서 있다. 그 사이엔 소수민족들이 만든 생활용품이나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 특히 이 지역 특산품인 물소 뿔로 만든 공예품들이 눈에 띄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을 멈추게 할 만큼 독특하고 정교하다. 나도 한참 구경하다가 사진으로 몇 장 남겼다.

이곳은 중국에서도 외국인 방문이 워낙 많아서인지 다양한 나라 음식점들이 골목을 채우고 있다. 입맛 까다로운 사람도 자기 취향에 맞는 걸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양삭 특산물 중에서 맥주어(啤酒魚)는 꼭 먹어봐야 한다고 추천받았다. 여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생강, 고추, 토마토, 향신료랑 같이 맥주에 쪄낸 요린데, 생선 살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살아있어서 정말 맛있었다.

서가재래시장이 있는 양삭은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서 아주 유명한 곳이다. 시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먹거리부터 두부, 옷, 장식품, 기념품까지 파는 가게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자유시간이 50분 정도 주어졌는데, 그 사이 장난감 하나 사고 코코넛 열매 음료수도 한 잔 마셨다. 코코넛 음료수는 달달하면서도 시원해서 더운 날씨에 딱이었다.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시장 골목을 걷다 보니 사람들 목소리, 상인들 호객 소리, 먹을거리 냄새가 뒤섞여서 정신없을 만큼 활기가 넘쳤다. 그래도 그 분위기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여행지 특유의 생생함이 느껴져서 더 기억에 남았다. 배터리 걱정은 여전했지만, 단렌즈로 찍은 사진들이 그런대로 잘 나와서 조금 위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