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호주 차량여행-4
2017.3.11(토)
조깅
여기는 우리보다 해가 좀 더 늦게 뜨는 것 같다. 7시 조금 지나 밖으로 조깅하러 나왔다. 오늘은 Nex-5에 18mm Lenz 를 들고 나왔다. 뛰는 데는 좀 방해가 될지 모르지만 주변 경치를 남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달리는 내 모습도 동영상으로 남기고 주변 경관도 찍었다. 달리는 내내 사라져 버린 M의 행방이 걱정이 되었다. 40분 정도만 뛰고 들어 가려 했는데 길을 잃어 버려 거의 7~8명에게 길을 물어 1시간 20분 걸려 겨우 집을 찾아왔다. C는 벌써 일어나 있었고 나까지 연락이 없자 엄청 걱정하고 있었다.
아침도 먹기 전, 10시에 주인이 청소해야 한다고 올라왔다. 11시경까지 checkout을 미루고 급히 밥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M을 만나기 전에 우리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아침에는 연락이 없자 우린 초조해 졌다. 본격적으로 그를 찾아야 한다. 전 숙소가 있는 Summer hill로 다시 갔다. 숙소에 아무도 없었다. 근처 병원에 갔으나 식사하러 갔는지 아무도 없어 C의 간청으로 경찰서로 갔다. C는 경찰을 너무 신뢰하는 것 같다. 조그만한 문제만 생기면 무조건 경찰서엘 가잖다.
Police Station: (실종신고)
여기만 가면 어떤 식으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찾아 간 경찰서와의 첫 만남은 아주 비극으로 시작되었다. 들어 갔더니 아무도 없어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임신한 것처럼 보이는 젊은 백인 여경이 나와 사진기를 빼앗더니 찍은 사진을 보며 지우라고 했다. 들어 오면서 찍은 경찰서사진도 다 지운 뒤에야 왜 왔는지를 물었다. 첫만남에서 첫인상이 중요하듯이 첫 대면에서 우린 기세가 한풀 꺾여 버렸다.
영어
우리 어릴 때 영어 선생님은 일제 식민지 시대 일본인들로부터 영어를 배워서 인지 발음이 지금의 오리지날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당시에는 그냥 읽고 쓰기만 하면 시험치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어 발음 같은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번 길들어진 발음을 나이 들어 바꾼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여경이 하는 말도 내가 잘 못 알아 듣고 내가 하는 발음도 그녀가 잘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A4 용지와 볼펜을 가지고 나와 적기 시작했다. 우리는 필답으로 3page를 넘기고 있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한가지 밖에 없다. 그 숙소주인의 전화번호이다. M의 행방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아마 그 주인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경은 그 집에서 잔 사람은 너고 내가 아니다라는 말로 더 이상 내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 않고 필요도 없을 것 같은 질문을 계속했다. 누구와 상의를 하는지 몇 번을 안으로 들어 갔다 나오더니 수화기를 내게 건네 주며 받으라고 했다.
귀에 익은 한국말이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 왔다. 한국말은 내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이다. 열심히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데 카톡 들어 오는 소리가 “카꿍”하고 들렸다. 병원 아니면 감옥소 그도 아니면 시체영안실에 있을 것으로 추정한 M으로부터 온 문자였다. “ 아 방금 친구로부터 문자 왔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 뻔뻔하고 밉게 보이던 호주 여경에게도 함박 미소를 지우며 경례를 했다. 그녀가 아무 표정 없이 우릴 처다 봤다. “참 웃기는 인간들이다. 술을 얼마나 마셨길레 구급차에 실려 병원까지 실려갔나” 하는 듯이 느껴진 것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재회
한 평생을 기준으로 보면 하루는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어제 12시부터 오늘 12시까지 24시간은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친구를 혼자 두고 온 후회와 번민, 오늘도 연락이 없고 가는 날까지 찾지 못한다면 무슨 낯으로 한국엘 돌아 갈 것이며 그의 가족을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 보통 인간이 어떤 황당한 일을 당하면 처음엔 분노가 일어난다고 한다. 그 단계가 지나면 체념하게 되고 또 그 단계를 넘어서면 감사의 마음이 생긴다는 데 M은 우리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듯이 분노와 체념의 상태를 넘긴 뒤에야 우리에게 연락했다.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린 감사할 뿐이었다.
그는 집 주인이 부른 구급차를 타고 시드니에서 아주 큰 병원으로 호송되어 온갖 검사를 다 받고 하루 입원한 뒤 퇴원했다. 420만원의 병원비를 카드로 지불했단다. 하루 밤 일탈치고 치른 대가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운전
이미 일정은 일그러져 버렸지만 다음 여정을 향해 차를 몰았다. 시드니에서 해안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 갔다. 복잡한 시내를 빠져 나와 고속도로로 들어서서 3시간 정도 달려 휴게소에 도착했다. 간단히 햄버거 하나 먹고 운전대를 넘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들도 당연히 차 키를 달라고 하리라 생각했다. 시내는 복잡해서 자신 없고 고속도로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도 했기에 방금 퇴원한 M은 힘들 것 같고 C에게 키를 넘기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가 그냥 왼쪽 좌석에 앉아버렸다.
세상 모든 일에는 시점이 중요하다. 한 순간을 놓쳐 버려 후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키를 건네주면서 한번 해보라고 그때 했어야 했는데… 하기 싫어 하는 것 같아 다음 휴게소까지 그냥 하지 하고 운전한 게 그날 12시간 운전하고 오는 날까지 혼자 운전하는 불운을 감내해야 하는 시발점이 되어 버렸다. 다음 휴게소를 만나기 전에 날은 어두워져 버렸고 오른쪽 운전대에 자신 없어 하는 C에게 일차선 도로에서 역 주행으로 달려 오는 듯한 자동차의 공포를 전가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도 너무나 공포스럽고 긴장되고 피곤한데 C보다는 그래도 내가 낳을 거라는 생각 하나가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1. Anna Bay
NewCastle을 지나 Port Stephens 로 올라 갔다. Anna Bay 에 도착했다. 높은 모래언덕에서 미끄럼 타는 곳으로 유명한데 사진에서 보던 그런 곳은 보이지 않았다. 작은 모래 언덕에 풀이 잔뜩 자라 있었다.
2. Fingal Beach
큰 백사장이 있었고 바다 속에서 뛰노는 사람도 보였다. 해가 해변 저쪽으로 떨어 지고 있었다.
3. Sol Bay
달이 하늘에 걸려 있다. 조용한 해변이다. 텐트치고 하루 정도 보내면 참 좋을 곳 같다.
숙소
휴게소에서 M이 예약한 숙소가 우리가 있는 곳과 3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곳이라 취소하기로 하고 다른 숙소를 찾아 나섰는데 근처에는 숙소가 없었다. 더욱이 차 안에서 WIFI 가 잘 연결되지 않았다. 임대해 온 휴대용 WIFI 때문인지 여기 통신사정이 나빠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초조해졌다.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규모가 제법 큰 도시인 New Castle로 가기로 했다.
New Castle
시내로 들어와 KFC로 들어 갔다. 인터넷이 15분 동안 되었다. 나도 AirBnB를 통해 근처 숙소를 3군데나 예약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답장을 금방 받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다음날 안 사실이지만 2군데는 예약이 안 된다는 거절 메시지가 왔지만 한 곳에서는 예약이 되었다. AirBnB 시스템은 예약이 되면 바로 결재가 되어버려 잠도 자지 못하고 돈을 지불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AirBnB 환불정책
주인에게 취소를 요청했지만 후기를 올리면 금액의 반인 50$을 돌려 주겠다고 해서 거짓말로 잔 것처럼 최고의 멋진 집이라고 극찬을 하며 후기를 올렸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refund를 거부했다. 회사에서 안 된다고 한다. 은행 수수료(60$)가 너무 비싸서 다음에 호주오면 그때 주겠다. 그래서 bitcoin으로 달라고 까지 했지만… 한국 온 뒤 AirBnB에 알아보니 환불 정책 이란게 있어 주인이 올린 숙소정보가 잘못되었거나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사진을 첨부하여 금액을 요청해서 주인이 accept하면 환불이 바로 되고 만일 주인이 거부하면 회사에서 결정하는 그런 제도가 있어 그때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Hotel 에서 지불한 영수증 사진을 찍어 올렸다.
결국 Georgia 는 내가 제시한 금액을 refund 해 주기로 약속했다. 우리의 긴 싸움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i hope now you're happy, and that this matter is finally settled. It took a long , but now it's done. And resolved in the best manner. Goodby.. Georgia)
Mercure Hotel
M은 열심히 주위를 돌아 다니며 호텔을 알아 봤다. 불행히도 그날 그 도시에 콘서트가 있고 주말이라 방이 전혀 없다고 했다. 30분 떨어진 공항 근처 호텔에 방이 하나 남아 있다고 그리로 가보라고 했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우린 다시 왔던 길을 가야 했다.
호텔에 거의 12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다행히 방 하나가 남았다고 우리보고 행운아라고 손을 치켜 세워 준다.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에 문제가 하나 더 발생했다. 작은 침대가 달랑 두 개 밖에 없었다. 우린 전부 녹초가 되어 있었다. M 이 침대를 붙이며 세 명이 서 같이 자자고 했다. 좁은 침대에서 세 명이 같이 잔다면 누구도 편히 잠자기는 어려울 것 같다. 누구를 배려 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배려란 자기 희생이 뒤 따른다. 남는 것 중에 하나 주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 난 망설였다. 하루 종일 운전해 너무 피곤하고 내일도 분명 내가 운전해야 할 것 같은데 잠자리를 양보한다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운전대를 받아 주지 않은 친구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난 침대를 다시 떼었다. “이러면 아무도 못자잖아…” 조금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C가 자기가 의자에서 자겠다고 했다. 나도 M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M 은 오전에 퇴원한 병자이고 난 12시간을 운전한 운전수고… 아무튼 그의 배려로 이날의 잠자리는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새벽에 눈을 떠 시계를 보니 4시였다. 창가에 의자 두 개 사이에 몸을 쪼그리고 앉아 있는 C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그를 깨워 내 침대에서 자라고 했다. 그는 괜찮다고 가볍게 거절했지만 난 다 잤다고 하며 선반에 있는 얇은 담요 한 장을 바닥에 깔고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는다. 그때 까지 들리지 않던 탱크 지나가는 듯한 코고는 소리와 에어컨 소음… 이리저리 뒤척이다 날이 뿌옇게 밝아 오자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 내가할레2017/03/24 16:04:44대단한 여행입니다.. 즐감요댓글의 댓글 ▼추천 |신고
- Mania2017/03/24 17:08:34[내가할레]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대단하지는 않고요 생각보다 좀 피곤했습니다.댓글의 댓글 ▼추천 |삭제
- 縣洞2017/03/24 17:54:56처가집이 호주라서 더 관심있게 봤습니다. ㅎㅎ
저 역시 대단한 여행으로 보입니다. ^^댓글의 댓글 ▼추천 |신고 - Mania2017/03/25 21:17:30[縣洞]아 처가집이 그쪽이면 자주 가시겠네요 미인들이 많던데요. 부러워요댓글의 댓글 ▼추천 |삭제
- jcgo77372017/03/25 13:51:41그래도, 좌충우돌 많은 일을 해결하시면서 다니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댓글의 댓글 ▼추천 |신고 - Mania2017/03/25 21:21:08[jcgo7737]감사합니다. 해결했다기 보다는 어쩔 수없는 선택을 한게 아니겠습니까?댓글의 댓글 ▼추천 |삭제
- 노네im2017/03/27 10:15:24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친구분과 다시 만나게 되서 정말 다행이네요... ^^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여행에서 술은 적당히 해야겠네요... ^^댓글의 댓글 ▼추천 |신고 - Mania2017/03/30 09:59:59[노네im]감사합니다. 적당히 마시면 약인데 절제가 안되니 문제인것 같습니다. 특히 여행중엔 절주를 공식화해야 할듯 합니다.
'기본카테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좌충우돌 호주 차량여행-6 (2) | 2017.03.24 |
---|---|
좌충우돌 호주 차량여행-5 (0) | 2017.03.24 |
좌충우돌 호주 차량여행-3 (0) | 2017.03.23 |
좌충우돌 호주 차량여행-2 (2) | 2017.03.23 |
좌충우돌 호주 차량여행-1(2017.3.8-3.14) (0) | 2017.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