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호주 차량여행-3
2017.3.10(금)
조깅:
날이 밝기를 기다려 7시경 조깅 하러 밖으로 나왔다. 마을 전체가 너무 조용하고 큰 나무들이 거리에 즐비했다. 공기도 좋고 기온도 22도 정도로 뛰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씨이다. 뛰지 않는 사람에게 뛴다는 행위는 아주 고통스런 고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뛰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육체적 마음의 병이 없어진다. 세상엔 마라톤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고 한다. 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각종성인병약을 9가지나 먹으면서 왜 뛸 생각을 하지 않는지 후자의 사람들을 이해를 못한다.
인류가 수 만년 동안 지구상에 살아 오면서 최근 백 년도 안 되는 세월을 제외하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부단히 뛰어 다녔고, 제대로 먹지 못했다. 이게 우리 인간의 DNA 속에 그대로 각인되어 있다. 우리는 더 많이 움직이고 지금보다 훨씬 더 적게 먹어야 한다. 성인병은 현대의 풍요가 만들어 낸 저주다. 그 저주를 풀 주문은 오로지 running 밖에 없다.
숙취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한 후 친구들을 깨웠다. C는 일어났으나 M은 짐을 모두 차에 싣고 떠날 준비를 마칠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 물만 찾았다. 그를 강제로 차에 옮기려고 했지만 상태가 아주 심각해 보였다. 우리의 모든 기준은 자기자신이다. 내가 괜찮으면 남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M은 어제 마신 독주의 영향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집주인에게 mail을 보내 하루 집을 더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미 예약이 되어 있어 12시까지는 비워 주어야 한다고 했다.
000(우리의 119)으로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가야 할지, 조금 더 쉬게 하면 괜찮아질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는 그냥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두고 가라고 애원했다. 조금 야박하지만 그의 가방에서 호주 돈 350불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주변 교회 앞 벤치에 앉아 비교적 여기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숙소를 찾아 AirBnB를 통해 예약했다. 12반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보니 그는 여전히 방에서 자고 있었다. 아직 주인이 청소하러 오지 않은 것 같았다. 우리한테는 죽어도 못 나가겠다고 해도 주인이 오면 아마 밖으로 나올 것이라는 우리의 낙천적인 생각이 나중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왔다.
1. Hyde Park(하이드 공원)
차를 거리에 세워 두고 지하철을 타고 St. James 역으로 갔다. Hyde Park은 원래 영국 런던 중심부에 있는 유명한 공원이름 인데 그 유래로 시드니에도 만들어 졌다고 한다.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시드니에서 가장 큰 공원이라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가 보는 곳이기도 하다. 아치볼드 분수 뒤로 유명한 세인트 메리스 대성당의 장엄한 위엄이 도사리고 있었다. 근엄한 표정으로 체스를 두는 사람도 보였다.
2. St. Mary’s Cathedral(세인트 메리스 대성당)
1868년부터 132년 동안 건축되어 2000년에 완성된 시드니 대교구 카토릭 성당으로 고딕양식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3. Martin Place(마틴 플레이스)
시드니의 상업·금융지구 중심의 500여 미터의 보행자 전용 광장이다. 호주 커먼 웰스 은행, 시드니 중앙 우체국 등 고풍적인 건물과 현대적인 고층 건물들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독특하면서도 멋이 있다. 영화와 CF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4. Sydnet Tower Eye (시드니 타워 아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타워 중 하나로 250m 높이를 자랑하며, 시드니 전 지역을 360도 전망할 수 있는 스카이 워크를 운영하며 별도의 요금을 내야 한다. 시드니에 왔으면 한번쯤 올라 가 보는 게 당연지사이나 M의 부재가 마음에 걸려 처다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5. Queen Vitoria Building (퀸 빅토리아 빌딩)
빅토리아 여왕의 지시로 건축되어 1898년에 완공되어 현재 쇼핑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건물 앞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 앞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6. Sydney Town Hall (시드니 시청)
1886년 건축된 이래 시드니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활발한 문화 행사도 열리고 있고 대형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 콘서트 홀이 있으며 특히 아름다운 시계탑이 자랑이라 한다.
7. China Twon (차이나 타운)
세계 어디를 가도 차이나타운은 그 도시의 명물이다. 잔뜩 기대를 하고 갔는데 규모가 너무 작고 상점도 몇 개 되지 않았다. 거리에서 딤섬 파는 곳이 있어 몇 개 사서 식사로 대신했다. 난 중국요리를 좋아한다. 식 재료도 다양하고 요리 방법도 수 만가지라 평생 먹어도 다 먹어 보지 못하고 죽을 것 같다. 먹는데 목숨 거는 중국사람들… 그들이 기를 쓰고 만들어 낸 요리가 맛이 없을 리가 없다.
행방불명:
3시간 정도 시내거리를 산책하며 사진 찍고 다시 St. James 역으로 돌아와 전철을 타고 Summer Hill로 왔다. 숙소를 나오며 M에게 메시지와 카톡을 남게 두었는데 아무 대답이 없어 슬슬 걱정이 밀려 오기 시작했다. 숙소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M의 휴대폰은 꺼져 있고 숙소 주인에게 mail을 여러 차례 보냈지만 전혀 답변이 없었다. 내가 예약을 하지 않아 전화번호를 알 수도 없었다. 날은 조금씩 어두워 지고 더 이상 그를 기다릴 수 만은 없어 일단 다음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Greenwich Richard’s House
무슨 이유인지 AirBnB는 숙소의 정확한 위치를 예약되기 전에는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가 알려 준 주소를 GPS에 입력 시켰는데 계속 찾지를 못한다. 날은 점점 어두워 지고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우린 꼼짝도 할 수 없는 이방인이다. 급한 마음에 MAPS.IN 이라는 앱을 구동시켜 차를 이동시켰지만 고장 난 나침반처럼 그 자리를 빙글빙글 돌뿐 이다.
C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경찰서를 가자고 했다. 경찰서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설사 간다고 해도 그들이 캄보이 해주지 않는 이상 물어서 가기는 불가능하게 여겨 졌다. 그때 신의 도움인지 조금 나이가 들어 보이는 깡마른 여경 하나가 길을 지나갔다. 그녀를 불러 우리가 가야 할 Pacific Highway 14/248 이 어디 있는지를 물었다. 아마 그녀가 말로 장황히 설명해 주었다면 우린 절대 그곳을 찾아 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우리가 가진 navigation을 달라고 하더니 그 주소를 입력시켰다. 우리가 그렇게 입력해도 안되던 것을 그녀는 한번 만에 끝내 버렸다. 엔지니어로써 기계 다루는 데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는데… 그 강한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그런 감정 따위를 내세울 상황이 아니었다. You are genius. 그녀도 매우 기뻐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 숙소는 아파트였는데 호수를 우리는 주소로 잘못 알았고 GPS 가 옛날 것이라서 인지 248이라는 주소는 검색이 되지 않고 244만 검색되어 그 주위에 가서 찾아보라고 했다.
도로는 벌써 어두워졌고 작은 적응되지 않는 GPS로 왼쪽 운전대 차를 몰고 집을 찾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GPS 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더 이상 가이드를 하지 않는다. 거기는 길 위였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목적지를 잃어 버렸다. 차를 세워 한숨을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042로 시작되는 전화여서 한국 대전에서 누가 전화 왔나 하고 받지 않으려 하는데 C가 받아 보라고 재촉했다. 그가 Richard 였다. 그가 전화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디냐고 묻길래 옆을 보니 Northside Clinic 이라고 보였다. 3분 내에 도착하니 기다리라고 했다. 그 아파트 입구는 정말 좁고 찾기가 어려운 곳이었다. 아마 그가 그때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우린 그날 밤을 거리에서 보냈을지도 모른다.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자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친구의 행방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내가 보낸 카톡을 읽은 표시도 없고 휴대폰은 계속 꺼져 있었다. 우린 어제 마트에서 구입한 연어와 소고기를 구워 안주 삼아 나는 고량주, C는 소주 500ml+ 양주 남은 것 마저 마시고 낼 자고 나면 M이 분명 연락할 꺼라 자위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제물포무쇠칼2017/03/23 16:51:10또 호주가고 싶어지네요.. ㅠㅠ댓글의 댓글 ▼추천 |신고
- Mania2017/03/23 16:55:00[제물포무쇠칼]갔다 온지 얼마 안되는데도 맑은 공기와 우람찬 나무들, 따뜻한 날씨가 그리워지네요.댓글의 댓글 ▼추천 |삭제
- 노네im2017/03/24 10:14:01ㅎㅎㅎ 왠지 추리소설 같은데요? 글이 읽기 좋습니다. ^^
잘 보고 갑니다~!!!댓글의 댓글 ▼추천 |신고 - Mania2017/03/24 11:15:54[노네im]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댓글의 댓글 ▼추천 |삭제
- 내가할레2017/03/24 16:00:17기억에 남는 여행이었겠네요..댓글의 댓글 ▼추천 |신고
- Mania2017/03/24 17:07:22[내가할레]감사합니다. 세월이 더 지나야 실감나지 않겠어요ㅎㅎ댓글의 댓글 ▼추천 |삭제
- 겐또.2017/03/25 11:46:45호주 갔다온지 벌써11년 ㅠㅠ
너무 그립네요 1년동안살았지만 제인생에 제일행복했던그때
지금은 현실이 슬프네요댓글의 댓글 ▼추천 |신고 - Mania2017/03/25 21:16:01[겐또.]호주 잠깐 갔다 왔지만 정말 살기 좋은 곳인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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