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계림 양삭 투어-10 인상유상저(印象劉三姐)
아무리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10년 전의 일을 세세히 복기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특히 나처럼 머리가 그리 좋지 않은 사람에겐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10년 전의 여행을 생생히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던 건 나의 기행문 일기장 덕분이다. 나는 여행을 갈 때마다 늘 기행문 노트를 챙겨 다닌다.



따로 시간을 내서 기록할 여유가 없는 터라 주로 비행기나 버스 안에서 글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급하게 휘갈겨 쓰다 보니 나중에 보면 나조차도 알아보기 힘든 글씨가 튀어나오곤 한다. 계림 여행 때 적어놓은 8페이지 분량의 노트 내용을 컴퓨터 자판으로 옮기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데, 그걸 정리하려다 보면 자꾸 망설이게 된다.



이런 내 고민을 AI가 놀랍도록 해결해 주었다. ChatGPT가 처음 나왔을 때 신기해서 열정적으로 써봤지만, 글쓰기에 큰 도움을 주진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노트 내용을 스캐너로 PDF 파일로 만들어 Copilot에 맡겨 텍스트 파일로 변환해 달라고 했더니, 거의 완벽에 가까운 문장으로 바꿔줬다.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세상은 AI를 모르는 사람과 AI를 만들거나 능숙히 활용하는 사람으로 확실히 갈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신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칠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할 것이다. 예를 들어, AI를 장착한 전투 로봇이 전쟁터를 누비고, 자율주행차가 운전대를 잡아줘 차 안에서 유튜브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 올 것이다.



저녁식사



그날 저녁은 중국식당에서 밥을 먹고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그 공연은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유명한 쇼라고 소개받았다. 600명 이상의 배우가 출연하고, 양삭의 열두 봉우리가 배경으로 펼쳐지며, 물 위에서 공연이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 특별히 충격적이거나 깊은 감동을 줄 만한 요소는 느끼지 못했다. 관람객은 한 번에 3,000명씩 입장할 수 있고, 하루에 3번 공연이 열린다고 했다.(옵션 45달러)



인상유상저(印象劉三姐)

인상서호, 인상여강 등 장예모 감독의 ‘인상’ 시리즈 중 하나다. 소수민족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웅장한 스케일의 뮤지컬로 풀어낸 공연이다. 여기서 유상저(刘三姐)는 유씨 집안의 셋째 딸이라는 뜻인데, 마을에서 예쁘기로 소문난 그녀를 두고 욕심쟁이 지주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목동과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양삭의 열두 봉우리와 여강의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한 야외 극장에서 펼쳐진다는 점이다. 이강 예술대학교 학생들과 현지 농어촌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만들어내는 이 드라마는 그 규모와 연출만으로도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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