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패상 사진여행-3 철인 이광원
2017.10.10(화)
4시 45분 알람 소리에 깨어 밖을 보니 강렬한 태양을 보기 원하는 간절함은 묵살되고 하늘에서 조금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로비로 내려와 바로 출발하지 못하고 30분 가량 지체하다 오채산으로 갔다.
오채산
큰 주차장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장소인 것 같다. 백색 설원으로 변해 버린 초원은 그런대로 멋있어 보였다. 지프에 불을 켜고 도로를 열 지어 다니는 연출도 해봤지만 특별한 게 없다. 사진엔 명암이 있어야 힘이 생긴다. 밝은 건 어둠이 존재할 때 느낄 수 있고 크다는 건 작은 것과 대비될 때 인지할 수 있다. 인간세계엔 절대적인 건 없다 모든 건 상대적이고 비교하고 대비하여 판단할 뿐이다.
소홍산 설원
이동하다 김가중선생이 봐두었다는 평원으로 갔다. 하얀 도화지 같은 곳에 나무 몇 그루가 그려져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소하두 마차
몽골 전통의상을 입은 나이 지긋한 마부가 이끄는 마차한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야나의 누드 연출이 몇 가지 있었다. 마차를 타고 가는 모습, 마차 뒤를 따르는 사진을 찍었다. 눈 오는 추운 날씨에 전부 벗고 눈 위를 걷는다는 게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한번도 싫은 기색 없이 하라는 대로 포즈를 취해 주었다. 진정한 프로는 불평을 하지 않는다. 여건이나 환경에 구애 받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고맙다.
아침 촬영을 끝내고 돌아와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12시 40분까지 쉬다 점심식사를 하고 2시경오후 촬영에 들어 갔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장소를 찾았지만 마땅한 곳이 별로 없다. 누드를 찍기 위해서는 인적이 전혀 없는 곳을 찾아야 한다. .
화무구 전나무 숲
전나무를 배경으로 가지고 온 붉은 망사를 이용하여 어머니 자궁처럼 둥글게 만들고 그 속에 태아처럼 몸을 말아 잉태를 연상하는 사진을 찍었다.
어바토우 말떼
5시경 어제 왔던 어바토우 초원에 다시 왔다. 20-30마리의 말들이 마부의 지시에 따라 눈 위를 질주하는 모습이 역동적이다. 강한 햇살 한줄기가 너무 그립다. 햇빛 없는 사진은 밋밋하고 힘이 없다. 하늘이 원망스럽다 내일 만이라도 햇빛을 보고 싶다.
저녁식사
6시반 저녁식사가 있었다. 어제 너무 많이 마셔 자제하려 했지만 말 젓을 발효시켜 만들었다는 마두유를 가지고 유혹하는 바람에 물리치지 못했다. 방을 나가버린 roommate가 화해 주를 들고 왔다. 사실 우린 담배만 아니라면 싸울 일이 전혀 없다. 김가중선생이 양을 한 마리 샀기에 2만원씩 거두어 주었는데 그 돈으로 과일 좀 사고 나머지는 모두 야나에게 팁으로 주었다.
식사 후 혼자 근처 상점엘 갔다. 거리는 적막하고 불을 켜둔 가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동물의 뿔로 만든 빗을 3개(85엔) 구입하고 마두유도 한 병(50엔)샀다. 내일 오전까지 촬영하고 오후에 버스로 텐진으로 가서 호텔에서 자고 아침 일찍 서울 가는 비행기를 타면 이번 여행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