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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친구와 함께한 호주 자동차여행-8 Anna Bay, Port Stephens

좌충우돌 친구와 함께한 호주 자동차여행-8 Anna Bay, Port Stephens

여기는 우리보다 해가 좀 더 늦게 뜨는 것 같다. 7시 조금 지나 밖으로 조깅하러 나왔다. 오늘은 Nex-5에 18mm Lenz 를 들고 나왔다. 뛰는 데는 좀 방해가 될지 모르지만 주변 경치를 남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달리는 내 모습도 동영상으로 남기고 주변 경관도 찍었다.

달리는 내내 사라져 버린 C의 행방이 걱정이 되었다. 40분 정도만 뛰고 들어 가려 했는데 길을 잃어버려 거의 7~8명에게 길을 물어 1시간 20분 걸려 겨우 집을 찾아왔다. L은 벌써 일어나 있었고 나까지 연락이 없자 심히 걱정하고 있었다.

아침도 먹기 전, 10시에 주인이 청소해야 한다고 올라왔다. 11시경까지 checkout을 미루고 급히 밥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C를 찾기 전에 우리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아침에도 연락이 없자 우린 초조해졌다. 본격적으로 그를 찾으러 나섰다.

전 숙소가 있는 Summer hill로 다시 갔다. 숙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근처 병원에도 들러 봤으나 식사하러 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L의 간청으로 경찰서로 갔다. L은 지나치게 경찰을 신뢰하는 것 같다. 조그만한 문제만 생기면 무조건 경찰서엘 가잖다.

Police Station(실종신고)

여기만 가면 어떤식으로던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찾아 간 경찰서와의 첫 만남은 아주 비극으로 시작되었다. 들어 갔더니 아무도 없었고 벽에 걸린 문양이 예뻐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임신한 것처럼 보이는 젊은 백인 여경이 나와 사진기를 빼앗더니 찍은 사진을 보며 지우라고 했다.

들어오면서 찍은 경찰서사진도 다 지운 뒤 에야 왜 왔는지를 물었다. 첫만남에서 첫인상이 중요하듯이 첫 대면에서 우린 기세가 한풀 꺾여 버렸다. 호주의 백인 우월주의가 머리에 맴돌았다. 우리가 동양인이라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기분이 나빠졌지만 도리가 없다.

우리 어릴 때 영어 선생님은 일제 식민지 시대 일본인들로부터 영어를 배워서 인지 발음이 지금의 오리지날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당시에는 그냥 읽고 쓰기만 하면 시험치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어 발음 같은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번 길들어진 발음을 나이 들어 바꾼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호주식발음은 간단한 단어조차 못 알아들을 정도로 달랐다. 여경이 하는 말도 내가 잘 못 알아듣고 내가 하는 발음도 그녀가 잘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A4 용지와 볼펜을 가지고 나와 적기 시작했다. 우리는 필답으로 3page를 넘기고 있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한가지 밖에 없다. 그 숙소주인의 전화번호이다. C의 행방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아마 그 주인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경은 그 집에서 잔 사람은 너고 내가 아니다라는 말로 더 이상 내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 않고 필요도 없는 질문을 계속했다. 누구와 상의를 하는지 몇 번을 안으로 들어 갔다 나오더니 수화기를 내게 건네 주며 받으라고 했다.

귀에 익은 한국말이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왔다. 한국말은 내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이다. 열심히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데 카톡 들어 오는 소리가 “카꿍”하고 들렸다. 병원아니면 감옥소 그도 아니면 시체영안실에 있을 것으로 추정한 C로부터 온 문자였다. “ 아 방금 친구로부터 문자 왔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 뻔뻔하고 밉게 보이던 호주 여경에게도 함박 미소를 지우며 경례를 했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우릴 처다봤다. “참 웃기는 인간들이다. 술을 얼마나 마셨길레 구급차에 실려 병원까지 실려갔나” 하는 조소 섞인 비아냥이 느껴졌다.

한 평생을 기준으로 보면 하루는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어제 12시부터 오늘 12시까지 24시간은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친구를 혼자 두고 온 후회와 번민, 오늘도 연락이 없고 가는 날까지 찾지 못한다면 무슨 낯으로 한국엘 돌아 갈 것이며 그의 가족을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

인간이 어떤 황당한 일을 당하면 처음엔 분노가 일어나고, 그 단계가 지나면 체념하게 되고 또 그 단계를 넘어서면 감사의 마음이 생긴다는 데 C는 우리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듯이 분노와 체념의 상태를 넘긴 뒤에야 우리에게 연락했다.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린 감사할 뿐이었다.

그는 집 주인이 부른 구급차를 타고 시드니에서 아주 큰 병원으로 호송되어 온갖 검사를 다 받고 하루 입원한 뒤 퇴원했다. 420만원의 병원비를 카드로 지불했단다. 하루 밤 일탈치고 치른 대가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NewCastle을 지나 Port Stephens 로 올라 갔다. Anna Bay에 도착했다. 높은 모래언덕에서 미끄럼 타는 곳으로 유명한데 사진에서 보던 그런 곳은 보이지 않았다. 작은 모래 언덕에 풀이 잔뜩 자라 있었다.

Anna Bay, Port Stephens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의 헌터 지역에 위치한 포트 스티븐스 지방 정부 구역에 속한 아름다운 만이다. 이곳은 Stockton Beach의 북동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Birubi Point에서 해변으로 접근할 수 있는 주요 입구 중 하나이다. Birubi Point에서 4WD 차량을 타고 모래 언덕을 탐험할 수 있으며, 아름다운 해변에서 수영, 서핑 또는 낚시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