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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간 LA 마라톤 Tour-4 (마라톤참가)


2010/3/21

시차적응이 아직 안되었는지 초저녁부터 누워 잠을 청해 보지만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다. 4시반 모닝콜이 울릴 때 까지 계속 뒤척거리다 일어나 어제 저녁에 사둔 일식 회밥을 반쯤 먹고 마라톤에 필요한 장비를 챙긴 뒤 로비로 내려왔다. 수많은 차들이 Dodgers Stadium 에 모여 들었다. LA 의 명소를 거처 Santa Monica Pier까지 가는 26.2mile 의 긴코스이다.

일년 전 동아 마라톤에서 하프까지 뛰고 발바닥 부상으로 포기한 후 한번도 뛰지 않아 조금 걱정이 된다. 편하게 3:30분 정도로 목표를 잡았다. 목표를 3:30이라 해도 상태에 따라 10분대는 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자신감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아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0-6mile

거의 마지막에서 출발하다 보니 초반에 빨리 뛸 수가 없다. 인간이 얼마나 많은지 무리를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다. 1 mile 기록을 보니 9 30초 거의 1 30초를 초과했다. 상태가 좋지 않다. 초반 다져스 구장을 빠져 나오는 곳은 조금 가파르고 평지는 거의 없고 작은 구릉이 계속 연속되었다. 1mile 마다 급수대가 있었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응원이 있었다.

LA 시내 명소를 통과하는 코스인데도 불구하고 제한 시간이 8시간이나 되었다. Runner 뿐만 아니라 Walker 도 참가하고 휠체어도 참가할 수 있는 대회이다. 기록보다는 건강과 즐거움을 위한 마라톤처럼 느껴졌다.

거리 곳곳에 밴드와 응원 세레모니가 연출되고 있어 마라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잊게 하려는 배려가 도사리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3mile (4.8km) 그간 기록이 2607 거의 조깅수준도 안 되는 속도 인데도 계속 힘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풀리면 좀 나아지겠지 자위하면서 (2607, 2457)

6-12 mile

초반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속도를 좀 높였다. 작년 한해 동안 발바닥 통증으로 훈련을 게을리한 탓인지 조금만 빨리 뛰어도 힘든다. 적당히 그냥 편하게 란 그 생각이 빨리 뛸 수 없게 만든 주범은 아닌지 기꺼이 고통을 감당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없다면 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은 기대할 수 없다. (2327, 2313)

12-18 mile

mile km 로 환산해서 속도를 계산하는 게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다. 서계적으로 유명한 비버리힐즈나 할리우드거리를 통과해도 그 현란한 거리 풍경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는지 발을 디딜 때 마다 통증이 심하다. 고질적인 오른쪽 발가락은 생각보다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2434, 2446)

18-26.2mile

29km정도를 뛴 것 같다. 시계를 보니 목표한 30분에 들어 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 마라톤에서는 옛날에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 예전에 자기기록이 아무리 좋아도 꾸준한 훈련과 몸 관리가 되어 있지 않다면 바로 기록저하로 나타나는 정직한 운동이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Dont Think! Run 이란 푯말이 보였다. 생각 많은 사람은 절대 마라톤에 몰입할 수 없다. 뛰는 고통에 비해 당장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면 마라톤 만큼 많은 선물을 주는 운동도 없다. Slim 한 몸매, 강철 같은 체력, 건전한 생활습성, 소식 및 건강에 도움되는 음식습관 등 인간이 반드시 행복해 지기 위해 필연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모든 것을 set로 받을 수 있는 게 마라톤 이기 때문이다.

난 누구를 만나든지 한번 뛰어 보세요. 인생이 달라질 겁니다. 라고 얘기한다. 마라톤은 특별한 운동신경을 타고 태어난 일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다. 걸을 수 있다면 뛸 수 있고 당장 죽을 병에 걸린 사람도 뛰면서 병을 극복한 사례도 많다.

24mile 까지 왔다. 이제 거의 4km 정도가 남은 것 같다. 이 속도로 뛰면 40분에도 들어 가기 어려울 것 같다. 미친듯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다행히 결승에 가까이 올수록 내리막이다. (2641, 1740) (total=3:37:55)

Finish Line:

열광하는 환호성을 들으며 finish line을 통과했다. 같이 갔던 동료들이 10km 만 뛰고 기다리기로 했는데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물을 하도 뒤집어 써서인지 추워지기 시작했다. 빨리 옷을 갈아 입어야 하는데 옷 찾는 곳에서 거의 20분 이상을 떨면서 기다려야 했다.

300명분의 짐을 4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찾아 주고 있는데 한국에서 처럼 번호순으로 정리해 주면 몇 초에 끝날 일을 보물찾기 하듯이 짐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런너들도 불평없이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 같았으면 분명 폭동이라도 일어났을 법한 일인데도

산타모니카 해변 근처에 EXPO 가 열려 주위를 둘러봤다. 음료수, 건강식품등을 무료로 무제한 공급해 주었다. 10km 까지만 뛴다던 친구들이 거의 6시간 걸려 완주를 했다. 연습도 없이 완주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 까지 하다. 버스를 타고 코리안타운까지 와 설렁탕을 한 그릇씩 먹고 Taxi hotel로 돌아 왔다.

4시간 40분 정도에 들어 온 김윤수씨는 우릴 기다리지 않고 혼자 그 먼 길을 혼자서 버스로 다운타운까지 가서 거의 20block 이상을 걸어서 hotel을 찾아 왔다고 한다. 오로지 Help Please 두 마디만 할 수 있는 영어실력으로 세상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대한민국 아줌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첫날 길 잊어 버려 그때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고 맥주를 한잔 사주겠다고 했다. Little Tokyo 작은 식당에서 맥주 160oz 짜리 두잔 마시고 Hotel 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