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나라, 라오스투어-2 철인이광원
2017.12.30(토)
조깅
5시20분경 와이프가 잠이 더 이상 오지 않는지 일어나 불을 다 밝히고 일어나라고 성화다. 보강운동을 조금하고 밖으로 조깅하러 나왔다. 낯선 곳을 뛸 때는 길 잃어 버릴 위험이 아주 높다. 작은 마을이라 해도 아직 어둡고 길이 복잡한 것처럼 보여 호텔을 중심으로 직선 도로를 왔다 갔다 했다. 거리에 재래시장이 서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생선, 야채, 쥐, 뱀, 장어, 개구리, 메뚜기 등이 보였다.
인간에게 뛴다는 건 운동이나 취미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현대인들이 짊어진 모든 병은 뛰지 않아서 생기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뛰고 걷지 않고 목숨을 부지 할 수 있는 사람은 왕이나 귀족 몇몇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그건 생존의 문제였기에 뛴다는 건 인간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치부했었는데 문명의 발달로 그 힘든 노동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했지만 결국 건강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폭발 할듯한 심장의 고동소리를 한번이라도 들어 본 사람은 뛴다는 게 얼마나 인간에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몬도가네 재래시장
7시경 식사를 하고 8시에 모여 재래 시장엘 갔다.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나 풍습을 보기 위해서는 재래시장 방문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다. 가식 없는 이 나라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더 잘살기 위해 돈을 벌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에게 순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건을 팔고 뭔가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대부분 타인을 기만하거나 속이는 단계가 필요하다. 광고는 일종의 기만술이다. 세계최빈국 라오스는 아직 돈에 눈뜨지 않았다. 전부다 못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의식이 없다. 노력해도 잘될 기회가 박탈되어 있는 환경 속에 사는 사람에게는 교육이나 더 나을 생황에 대한 기대는 아예 없다.
어린아이들이 좌판에 많이 앉아 물건을 팔고 있었다. 학교도 안 가는지… 궁금했다. 공산주의 일인 독재 하에서는 국민이 많이 배우고 똑똑해 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한다. 무식해야 자기들 정권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불상을 모신 작은 동굴안에 코끼리와 꼭 닮은 조각처럼 보이는 자연석이 이목을 끌었다.
탐남동굴
고무튜브를 타고 길이 200M 정도되는 동굴로 들어 갔다. 머리에 라이트를 하나씩 메고 로프를 타고 앞사람을 계속 따라 갔다. 물은 아주 차갑고 동굴 안은 컴컴했다. 물은 그렇게 깊지 않은 듯했다.
망고가게
타올을 한 장씩 받아 몸을 감싸고 망고 파는 가게로 안내 되었다. 한국사장이 나와 애플망고 등을 건조기에서 말려 아무 첨가물 없이 포장했다고 한다. 5KG을 말리면 한 봉지 분량이 된다고 하는데 아주 맛있었다. 공짜로 주는 망고쥬스도 한잔 마시고 6봉지를 80$에 구입했다. 우유에 하루 정도 넣어 두면 원래 크기로 팽창하는 데 그 맛이 일품이란다.
ZIP LINE
작은 트럭을 타고 호텔 근처로 다시 이동하여 강 옆 언덕엘 올라 짚라인을 타러 갔다. 치앙마이에서 탔던 것 보다 길이도 짧고 두 라인으로 타게 되어 있어 스릴도 별로 없었다.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잡게 만들어 안전하게 개선했다고 한다. 40분 정도 타고 야외 평상에서 가지고 온 도시락으로 식사했다.
점심식사
돼지고기 구이, 상추, 김치 망고 소주 맥주도 제공되고 꽤 푸짐한 식사였다.
카약킹
두 명씩 타고 현지인이 마지막에 타서 노를 저었다. 노도 젓고 사진도 찍으며 강을 따라 경치를 감상했다. 물은 잔잔했고 날씨도 좋고 경치도 아늑하다. 가끔 물에서 고기를 잡거나 목욕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어릴 때 걸어서 팔달동 금호강에 와서 물놀이 하던 옛 기억이 아득하게 되살아 났다.
버거카
오토바이 엔진을 단 4륜차라고 해야 하나 시속 25KM 정도의 장난감 같은 차를 타고 블루라군으로 갔다. 가는 중에 비가 조금씩 내렸다.
블루라군
라오스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유명한 곳이라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햇빛이 없어서 인지 초라해 보였다. 그렇게 크지 않는 천연 수영장 같은 계곡 옆에 큰 나무 위에서 다이빙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처음에 로프를 잡고 물속에 입수하는 걸 시도했는데 생각처럼 잘 안되었다. 3번 정도 하니 숙달이 되었다. 10M 정도 높이의 나무 위에서 다이빙하는 코스로 올라갔다. 밑에서 볼 때보다 훨씬 높아 보였고 공포가 밀려 왔다. 앞에 선 아가씨 한 명은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공포는 인간의 본성이다. 많은 사람이 처다 보고 있는데 무섭다고 다시 내려 간다는 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럴 땐 군에 갔다 온 게 많은 도움이 된다. 공포는 모를 때 생기는 심리상태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걸 시도할 때 발생한다. 인간이 가장 두려움을 느낀다는 11M 높이의 막타워에서도 뛰어 내렸는데 이쯤이야… 너무 재미있다. 두 번 뛰어 내렸는데 추위만 아니라면 10번이라도 뛰고 싶다. 다시 버거카를 타고 돌아 오는 길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눈을 뜨기 조차 힘 든다. 추위가 엄습해 왔지만 방법이 없다. HOTEL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6시에 저녁식사 하러 내려왔다.
저녁식사(라오스식 오리백숙)
사방이 탁 트인 2층 목조 건물 식당에서 보이는 비 쏟아지는 거리 풍경이 정겹다. 오리백숙에 고량주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술은 모든걸 관대하게 만든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 보다 더 감동적인 글은 다음 글이다. ”인간이 죽고 사는 것 조차 다 사소한 것이다.” 맞는 말이다. 우린 너무 이기적으로 살고 있다. 우린 이 지구상에 태어난 동물의 한 무리 중 하나일 뿐, 우주의 역사에 비춰볼 때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이란 실로 사소한 일일 뿐이다. 우린 너무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모른다. 곤충 한 마리의 삶과 우리 인간의 삶 어느 것이 더 소중할까? 물론 인간입장에서는 비교도 될 수 없겠지만 곤충입장에서는 절대 사람을 위해 대신 죽어 줄 수없이 귀중한 생명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어떤 불행이 있더라도 “그 정도라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다면 불행은 이미 불행이 아니다.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닌데… 사실 인생에 목표는 인간이 만든 허상일 뿐이다. 주어진 시간 그냥 살아갈 뿐이다. 하루하루 만족하며 건강하게 살다 때 되면 죽는 게 우리가 짊어진 숙명이 아니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