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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패상 사진여행-4 철인 이광원


몽골 패상 사진여행-4  철인 이광원


2017.10.11()


 카메라를 챙겨 로비에 내려왔는데 하늘에서 가는 눈발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그건 밤새 오늘만이라도 쨍 한 하늘을 보기 기원했던 우리 모드의 염원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사진 찍는 사람은 유난히 날씨에 민감하다. 똑 같은 피사체라도 빛에 따라 사진은 180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홍산


해도 없고 눈이 날려 일출대신 큰 나무가 있는 언덕에 올라 뒤쪽에서 자동차 해드라이트로 조명하며 말 탄 마부를 찍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름이 걷히면서 강렬한 태양이 쏟아 올랐다. 마지막 날이라도 태양을 볼 수 있어 너무 반가 왔다. 어제 왔던 설원에 다시 왔는데 상당히 다르게 보였다.




 

장군포자


작은 개울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물을 튀기며 전력으로 달리는 말들의 거친 숨소리를 찍었다. 경치 찍는다고 표준 줌을 끼고 왔는데 망원이 아쉽다. 그러나 24미리 광각의 쨍 한 느낌은 망원에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다. 날씨가 많이 추웠지만 거부하지 않고 5번이나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질주하여 좋은 작품소재가 되어 준 말들의 성실함이 가슴에 와 닿는다.

 





소홍산


경치 찍으러 좀더 설원 안쪽으로 들어 갔다. 온천지가 백설로 가득 차있고 마부가 이끄는 말한 필이 언덕을 뛰어 다니고 있었다. 말의 실루엣도 찍고 넓은 초원을 자유롭게 달리는 말도 찍었다. 당초 계획은 아침은 빵으로 때우고 12시경까지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나이 많으신 분들이 힘 든다고 하여 9시경 호텔로 돌아와 식사를 했다. 1030분에 로비에서 만나 텐진가는 버스를 탔다.





 

시간 맞추어 내려 왔는데 버스에 앉을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전부 옆에 카메라 가방을 두고 혼자씩 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다. 두 번이나 통로를 배회했지만 누구 하나 자리를 비워주지 않는다. 짐을 안쪽에 두고 바깥에 앉는다는 건 두 좌석을 차지해 혼자 앉아가겠다는 심보에 다름없다. 하는 수없이 그나마 가방을 바깥쪽에 두고 혼자 앉아 있는 Hand Garden 이라고 소개한 손정원선생 옆자리 카메라 가방을 주워 들며 자리가 없어 여기 앉아야겠네요 하니 반갑게 맞아준다. 카메라 가방이 커서 위 짐 싣는 공간에 들어 가지 않고 값비싼 장비를 짐칸에 실는다는 게 결코 내키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혼자 편하자고 자리를 선점하는, 남을 배려하지 행위는 지향되어야 할 것 같다.






텐진 가는 길은 경치가 너무 좋다. 도로 양 옆을 따라 침엽수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고 흰옷을 입은 나무들의 모습이 감명 깊을 정도이다. 더욱이 김가중선생의 몽골 역사 강의는 지루할 틈을 없게 했다. 책을 쓰기 위해 트럭 한대 반 분량의 몽골 역사책을 읽었다는데 그 깊이와 이해 폭이 대단하다. 몽골 징기스칸의 조상이 한민족이라는 설을 조목조목 뒷받침하는 역사적 가설은 너무 흥미로 왔다. 역시 좋은 글은 많은 독서를 통해서 나오는 모양이다.







위장진 점심식사


12시경 올 때 들렀던 위장진에 있는 중국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마지막 휴게소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이 많아 누가 누군지 이름도 모르고 단체로 온 분들은 대부분 그들끼리 몰려다녀 얘기할 기회도 없었다.

 







텐진 저녁식사


7시 반경 텐진에 도착했다. Hotel 도 상당히 고급스럽고 방도 크고 깨끗했다. 7 50분에 로비에 모여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다. 중국식 요리와 고량주를 마음껏 마시고 근처를 배회하다 증산공원이란 곳엘 들어 갔다. 규모가 아주 작은 공원이다. 재래시장 같은 곳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10시경 호텔로 돌아 왔다.







2017.10.12()


조깅


6시 반경 조깅하러 로비에 내려오니 서울 올라갈 1차 팀(아시아나)이 모두 내려와 있었다. 그 동안 일출 사진 찍느라고 아침 운동할 시간이 없었는데 비록 마지막 날이지만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다행이다. 어제 갔던 공원엘 갔다. 공원 안을 몇 바퀴 뛰고 뒤쪽으로 갔더니 우리가 찾던 재래시장이 있었다. 과일, 생선 등 여러 가지 물건도 팔고 먹거리가게도 많이 보였다. 보조카메라로 가져간 NEX-5(18mm)로 사진도 찍으며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다시 공원으로 돌아와 몇 바퀴를 더 뛰었다. 짧은 거리를 도는 것은 지루하고 인내심을 요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한 바퀴 돌 때마다 시간을 측정하면서 계속 조금씩 시간을 줄여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고통과 희열이 교차하며 지루함은 사라진다. 사실 달리며 지루하다는 건 사치스러운 것이다. 그건 제대로 달라고 있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 앞에 지루하다는 감정이 설 자리는 없다. 1시간 6분 정도 뛰고 호텔로 돌아 왔다.

 












아침식사


1층 부페에서 식사를 간단히 했다. 10시반 공항으로 출발서울 가는 비행기를 타고 2시경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끝으로


여행을 많이 갔지만 단순히 사진 찍는다는 목표를 가지고 작가들과 여행을 간 건 처음인 것 같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전부였지만 사진이라는 공통 목표가 있어서 인지 그렇게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에게는 동질감이란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저 사람도 좋아한다는 그 사실하나 만으로도 우린 남이 아니었다. 64GB 메모리 3개를 가득 채운 사진과 동영상은 선별하는 데 엄청 고통을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