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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패상 사진여행-2 철인 이광원


몽골 패상 사진여행-2  철인 이광원


2017.10.09()


오늘은 한글날이다. 우리에게 한글이 없었다면 민족혼도 없고 역사도 없는 민족으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한자를 사용하고 있다면 생각만 해도 섬뜩하다. 세종대왕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자손손 우리 민족에게 큰 축복을 준 것이다.

4 45분 기상하여 520분 지프를 타고 호텔 근처 언덕으로 일출 찍으러 갔다.

 

어바토우전산 일출


해는 보이지 않고 얕은 야산에서 오돌오돌 떨다 중국고유의상을 입은 40대 여자 5명을 데리고 온 중국사진작가들 틈에 끼여 사진 몇 장 찍고 내려와야 했다.







모래초원


걸어서 탁 트인 모래사장이 펼쳐진 곳으로 이동했다. 20마리 정도의 말을 모는 두 명 마부의 채찍질이 말을 질주하게 만든다. 말은 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질주는 말의 본능이고 그 뛰는 행위를 통해 삶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광활한(남한면적) 패상 초원을 마음껏 뛸 수 있다는 건 말로써 굉장한 축복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오늘 내일 비 예보가 있다고 한다. 여긴 비오거나 구름낀날이 거의 없다는 데 우리가 날짜를 잘못 잡았는지날씨가 추워서 인지 밧데리 소모가 너무 빠르다. 아침에 가지고 온 밧데리 5개가 모두 방전되어 신경이 쓰였다. 아침식사 점심식사 중간에 2시간 정도 휴식에 밧데리를 충전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아침식사



전시장

 

밖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인근 Hotel 사진전시장으로 갔다입구와 통로에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주로 눈 위에서 찍은 멋진 말 사진이 많았다이 세상 모든 것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시간과 정성을 기우려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점심식사


12 20분에 hotel 1층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난 외톨이다. 대부분 그룹으로 오거나 부부끼리 온 경우가 많다. 식탁 3개가 셋팅 되어 있었는데 2 테이블은 벌써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들 사이에 끼어 들 수도 있지만 이방인을 환대해 줄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요리가 몇 가지가 나왔고 가져온 고량주를 꺼내어 옆 작가들에게 권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양고기 수프가 마지막에 나오고 모두 일어섰지만 난 계속 고기가 떨어질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바토우 양 도살


김가중선생이 여행 오기 전부터 양을 한 마리 잡겠다고 공언했었는데 오늘 잡을 모양이다. 양 잡는 모습을 작품으로 만들어 보자고 한다. 난 사진보다 양고기 먹을 생각에 흥분되었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는 먹는 것이다. 좋은 사진이상으로 중요한 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고 오늘 하루 행복한 것이다. 세상을 놀라게 할 작품은 욕심에 불과하다. 좋은 작품을 찍으면 좋겠지만 이번 여행에서 반드시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다. 사진 찍는 과정, 모든 것이 인생의 한 부분일찐데 그냥 매 순간 만족하고 행복하면 족하지 아니할까?



오후 220분에 로비에 모여 양 잡는 민간 집으로 이동했다. 불쌍하게 보이는 원주민 두 명이 눈 오는 야산에서 양을 잡았다. 칼로 양의 목을 찌를 때조차 양은 전혀 반항하거나 소리를 내지 않았다.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빼앗아 가는데도 아무 저항도, 외마디 비명조차 없다는 게 더 양심의 가책을 가지게 한다. 내장을 꺼낼 때 모델 야나를 불러왔다.




개도 직접 집에서 잡아 먹었다는 김가중선생이 내장을 받은 그릇을 야나에게 주며 연출을 지시했다. 야나는 전혀 싫은 기색 없이 그 추운 날씨에도 옷을 모두 벗고 묵묵히 그 미친 퍼포먼스를 수행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내가 상대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편견, 그러나 그건 큰 착각이다. 인간은 우월하지도 열등하지도 않고 서로 다를 뿐이다. 자기 직업에 적극적이고 자신에 대한 자신감은 인생에 있어 중요하다. 사사건건 불평하고 찡찡거리는 한국 모델에 비해 야나의 당당한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말과 누드


어두워 지기를 1시간 정도 기다려 차 헤드라이트 조명으로 말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으로 야나를 참여시켜 말과 누드의 콜라보레이션을 연출했다. 차동차 헤드라이트와 연막탄의 짙은 연기 속에서 말과 인간의 원초적인 만남은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원래 벗고 태어났고 옷이란 도구로 인간의 몸을 가리는 건 원래 모습이 아니다. 누드는 어색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야나는 러시아에서 바이올린리스트라고 한다. 스트라디바리우스 사촌쯤 되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고급바이올린도 가지고 있다.




저녁식사


낮에 잡은 삶은 양고기가 나왔고 고량주도 한 병 제공되었다. 몇 잔 마시고 첫날 담배 때문에 방을 박차고 나간 roommate하고도 술잔을 나누며 분위기가 좋았다. 그가 가지고 온 소주까지 나눠 마시고 그가 술에 취했는지 호텔에서 당연히 흡연할 수 있는 권리를 내가 제재했다고 언성을 높였다. 난 그의 얘기가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싫다는 게 문제다. 난 절대 담배연기를 허용해 줄 아량이 없다. 그는 자기가 누릴 권리를 제약 받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누군가 그의 간절한 호소를 들어 주었으면 좋으련만 옆에 앉은 나이 지긋한 작가 한 분이


이번 일은 자네가 졌어.”

라고 하는 바람에 일은 더욱 커져 버렸다. 그는 더 큰 소리로 자신의 결벽을 주장했지만 난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거짓으로나마 수긍할 만큼 인격이 성숙되지 못한 인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쟁이라도 치루어 문제를 바로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모든 이들이 다 떠나고 혼자 남아 남은 양고기를 처리하고 있을 때 김가중선생이 옆 자리에 앉았다. 자기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만일 자기도 담배를 피우지만 그런 행동은 지나치다고 얘기했다면 난 그를 진정으로 신뢰하지 못할 인간으로 치부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