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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다낭 투어-3 (2017.7.28) 철인 이광원

베트남 다낭 투어-3 (2017.7.28) 철인 이광원

2017 7 28()

오늘은 전일 자유일정이다. 7시경 뛰러 해변가로 갔다. 뛴다는 건 힘든 행위다. 더욱이 무더위 속에서는 더욱 고통스러운 행위임에 틀림없다. 잠깐 뛰는데도 땀이 온몸을 덮어 버렸다. 그러나 그 잠깐의 고통을 참을 수 만 있다면 달리기 만큼 인간에게 많은 선물을 주는 운동도 없다. 성인병은 안 뛰어 생기는 병이다. 우리 피 속엔 달려야 먹고 살 수 있었던 조상들의 DNA가 흐르고 있다. 10시경 호텔을 나와 지도를 보고 Song Han bridge 를 넘어 강북으로 갔다. 용 다리로 가는 중에 재래 시장을 발견했다.

 


재래시장

물고기, 개고기, 야채, 옷 등 없는 것이 없었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없어 내부는 너무 더웠다. 한 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누가 내 팔을 잡았다. 예전 미얀마 재래시장에서 관리인에게 사진기를 빼앗겨 찍은 사진을 모두 지우고 풀려 온 악몽이 있어 모골이 섬뜩했다. 다행히 커피 사라는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베트남은 세계 제2의 커피 생산국이다. 48,000동을 달라는 걸 40,000동에 구입했다. 아마 30,000동에도 구입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와이프는 너무 비싸게 산 것 같다고 투덜거렸다. 많이 가진 자가 좀 손해 봐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다. 부를 분배해야 세상이 평온해 진다. 난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커피 가격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 단지 재래시장이 결코 비싸게 팔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들이 바가지를 씌울 만큼 순수성이 훼손되지 않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와이프는 너무 알뜰하다 못해 인색하다. 그녀의 불평은 잠시 후 방문한 Viccom Market coffee corner에서 멈추었다. 비슷한 양의 커피가 두 배 이상 비쌌기 때문이다. 인색하기 조차한 검소함은 교육이나 생활의 풍요로도 바뀌는 게 아닌 모양이다. 유전자 속 깊이 각인된 인간의 심성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Dragon Bridge

는 용모양의 철제 조각이 다리 전체를 장식하고 있다. 이 다리를 건너 다시 강남으로 내려 왔다. 날씨가 너무 더워 걸어 다니는 것 조차 힘 든다. 자판기에서 10,000(500)을 넣어 물을 한 병 뽑아 근처 의자에 둔다는 게 떨어졌는데 그걸 보고 있던 12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약간 남루한 옷을 입은(사진 보면 전혀 남루하지 않는데 왜 남루하다고 느꼈을까) 소녀가 집어 주었다. 기특하기도 해서 그스름 돈 5,000동을 물 뽑아 먹으라고 주었는데 한사코 받지 않았다. 강대국들과 싸워 결코 물러서지 않고 나라를 지킨 베트남인 들의 자부심과 자존심은 대단하다. 차라리 내가 물을 뽑아 주었다면 받았을까? 나의 경솔한 행동이 그 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Wife는 걔가 거지도 아닌데 왜 돈을 주느냐고 핀잔을 준다. 돈이 아까 와서 그러는 건지 아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걸 나무라는 건지 구분이 잘 안 간다. 어떨 때 호의는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다. 아무리 선의라 해도 좀더 깊게 생각하고 행동해야겠다. 후진국사람들은 못살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고 열등할 거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 긴 다리를 건널 때까지 끝까지 내가 주는 동전을 거부한 아이의 눈망울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Viccom Market

다리 바로 옆에 CGV 가 들어서 있는 상당히 고급 백화점이 있었다. 슈퍼마켓도 있고 옷 가게도 보였다. Wife는 바로 옷 가게로 뛰어 갔다. 여자들의 옷 욕심은 끝이 없다. 여행 오기 전에도 이틀에 걸쳐 옷 사냥이 있었는데꽃무늬 샤츠를 그 자리에서 입어 보더니 그냥 입고 결재까지 했다

4층 식당 가를 돌다 회전 샤브샤브 요리를 파는 가게에 들어 갔다. 각종 생선, 야채, 고기 등을 담은 접시가 회전판 위를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고 손님들은 자기가 원하는 품목을 재빨리 낚아채서 끓는 물속에 집어 넣었다. 

점원이 메뉴를 가지고 와 소고기 한 접시(105,000)를 시키라고 하는 것 같았다. 말도 잘 안 통하고 하라는 대로 했다. 얕게 설은 고기 한 접시와 회전판에서 수거한 야채, 해물 등을 같이 먹었다. 422,500동이 나왔다.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여기 물가로는 꽤 비싼 금액이었다. 푸짐하게 먹고 고량주까지 한잔한 터라 기분이 좋았다. 다시 걸어서 호텔로 돌아오니 3시가 넘었다. 4시경 beach로 갈 예정이었으나 너무 피곤하여 꾸물거리다 7시가 넘어 beach로 갔다. 저녁은 바나나로 대신했다. 위도 좀 쉬어야 한다.

 

가져온 육포, 초크릿, 고량주를 가지고 해변가에 자리 잡고 앉았는데 비가 쏟아져 공연장으로 대피했다. 한국노래 원더걸스의 Nobody 를 부르고 있었다. 30분 정도 몰아치던 비가 그치고 해변가에서 한잔하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데 귀여운 아이 3명이 와이프가 앉은 흔들의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들은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홍콩에서 온 아이들이었다. 사진을 찍어 주고 멜 주소를 받았다. 내게 있어 사진은 인간관계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다. 10시 지나 호텔로 돌아와 잠에 빠졌다.